[팩트UP=설옥임 기자]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 요건에 근접한 기업들이 실제 퇴출되지 않고 장기간 시장에 잔류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재무 구조 개선이나 실적 정상화 없이도 상장 유지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기술적 회피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들이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최대주주 변경 등 자본 구조 재편을 통해 기준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퇴출을 지연시키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팩트UP>에서는 그 문제점들을 따라가 봤다.
◆ “개선기간·자본확충·회계 이벤트 활용”
증권가에 따르면 상장폐지 위험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첫 번째 특징은 자본잠식 직전 단계에서의 급격한 재무 구조 개선이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최대주주 변경을 통한 자본 확충 등의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 이들 조치는 단기간에 재무제표상 자본을 확충해 상장폐지 기준을 피하는 효과를 낳지만, 실제 영업 기반의 회복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사실 상장폐지 심사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인 감사의견 역시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상장폐지 위험 기업들은 보통 ‘한정 의견’ 또는 ‘의견거절’ 단계에 진입한 이후에도 개선기간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회계 구조 조정이나 일회성 이익 반영 등을 통해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특히 자산 재평가, 자회사 매각 등 비경상적 이익을 통해 단기간에 재무지표를 개선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영업활동이 아닌 비경상적 수익을 활용한 실적 개선도 주요 특징이다. 부동산 및 비핵심 자산 매각, 계열사 지분 처분, 평가이익 반영 등은 대표적인 방식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영업이익과 현금흐름 간 괴리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지만, 회계상 순이익 개선을 통해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 상장폐지 제도는 즉각적인 퇴출보다는 개선기간 부여를 통한 구조 개선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상장폐지 요건을 단계적으로 회피하며 시장에 잔류하는 구조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이 구조는 상장폐지는 퇴출 시스템이라기보다 시간을 부여하는 관리 시스템에 가깝다”면서 “개선기간 부여, 자본 확충, 감사의견 변경, 추가 사유 발생, 재차 개선기간 부여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투자자 피해는 변동성 확대 형태로 발생”
문제는 이 같은 구조의 경우 개인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상장 유지 기대감으로 거래가 재개되거나 개선기간 종료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가 단기 급등하는 경우가 있으나 실질적인 펀더멘털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후 재하락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이유에서다.
증권가 한 분석가는 “현재 상장 유지 구조에 대해 기업의 실질 회복보다는 형식적 기준 충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개선기간 종료 전후로 거래량이 급증하는 현상은 단기 투기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상장 유지 여부가 기업의 사업 회복이 아니라 재무 기준 충족 여부로 결정되는 구조가 문제”라면서 “이러한 구조에서는 기업이 구조적으로 회복되기보다는 기준에 맞춰 조정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폐지 직전 기업들의 생존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제도와 금융 구조가 결합된 결과”라며 “기업의 실질 회복 여부와 무관하게 자본 확충과 회계 조정을 통해 상장 유지가 가능해지는 구조 속에서 시장의 퇴출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