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테마]한국인 74%, 가치관 다른 타인 신뢰 안한다… 불신이 사회·경제 성장 발목

[팩트UP=이세라 기자]글로벌 PR 컨설팅 그룹 에델만 코리아(대표 장성빈)가 연례 온라인 조사인 2026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2026 Edelman Trust Barometer)의 대한민국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조사는 공통된 가치와 신뢰 기준이 해체되면서 사회가 각자의 세계로 파편화되는 현상을 진단한 '고립 속의 신뢰(Trust Amid Insularity)'를 주제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신뢰지수는 46포인트를 기록하며 여전히 주요 기관에 대한 불신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사회의 신뢰 기반이 구조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로 주요 사회 기관들이 신뢰 회복을 위한 임계점을 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대한민국 국민 74%, ‘고립적 사고’ 경향 뚜렷

 

한국인의 74%는 자신과 다른 가치관·정보원·사회 문제 접근 방식을 가진 사람을 신뢰하지 않거나 신뢰를 망설이는 고립적 사고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사회적 관계망 자체가 단절되는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로 분석된다.

 

실제로 정치적 성향이 다른 출처로부터 최소 주 1회 이상 정보를 접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년 대비 6%포인트 감소했으며, 외국 세력이 허위정보를 통해 국내 분열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는 전년 대비 21%p 급증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국 기업(64%)을 외국 기업(35%)보다 압도적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등 지정학적 폐쇄성 역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사회적 고립은 심리적 현상을 넘어 실질적인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33%는 프로젝트 팀 리더가 자신과 다른 정치적 신념을 가질 경우 "그들의 성공을 돕는 데 노력을 덜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5%는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관리자에게 보고하느니 차라리 부서를 옮기겠다"고 답해 조직 내 협업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냈다. 이러한 인식은 대외 경제 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물가 상승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국내에서 영업하는 해외 기업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37%에 달하는 등 고립주의적 인식이 ‘경제적 민족주의’로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립적 사고 집단일수록 높은 ‘제도적 불공정’ 피해의식

 

고립적 사고를 가진 집단에서는 제도적 불공정에 대한 피해 인식도 더 높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52%가 "정부와 기업이 다수가 아닌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작동한다"고 답했으며, 특히 고립적 사고 집단은 개방적 사고 집단보다 이러한 불공정 인식이 4%p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리더가 기관을 이끄는 경우 해당 기관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기업(40%), 정부(39%), NGO(35%), 미디어(27%) 순으로 높게 나타나, 사회적 고립이 기관 전반의 리더십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갈등과 고립을 극복하기 위한 방향성도 함께 제시했다. 한국인들은 기업이 사회적 갈등 이슈에서 특정 편에 서기보다, ‘해결책 모색을 위한 협력 촉진(33%)’ 역할을 수행할 때 해당 기업을 더 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74%는 언론이 다양한 관점에 대한 균형 있는 보도와 정확한 헤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동일한 비율(74%)로 정부 역시 특정 집단을 비난하거나 낙인 찍는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에델만 코리아 장성빈 대표는 “단순한 불신을 넘어선 ‘고립’은 사회적 합의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국가 경쟁력을 저해한다”며 “이제는 차이를 없애려 하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신뢰 연결’이 기업과 정부의 필수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