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이세라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선친인 고 구본무 전 회장의 상속 재산을 둘러싸고 벌어진 법정 다툼 1심에서 승소했다. 사법부가 지난 2018년 상속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구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자녀인 구연경 씨, 구연수 씨 등 세 모녀가 제기한 재분할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재산 문제라고 하면서도 경영권을 위협하는 묘한 줄타기에 나서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상속 절차가 완료되고 제척기간도 훌쩍 넘은 상황에서 갑자기 유언장을 문제 삼은 것도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모양새다.
◆ 포인트 하나…여론전 전략으로 실익 추구하나
현재 재계와 법조계는 이미 법리적 승산이 매우 낮았던 소송임을 고려하면 세 모녀 측이 이번 소송을 승소 가능성을 노린 법리 다툼이라기보다 협상력 제고와 여론전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패소 시 부담해야 할 비용은 소송 비용 수준에 그치지만 이를 지렛대 삼아 합의를 끌어낼 경우 얻게 될 실익은 크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소송을 벌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LG그룹 총수 일가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재계 일가에서는 세 모녀가 소송 도중 감행한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는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세 모녀 측은 2023년 12월 국내 언론이 아닌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송 배경을 상세히 공개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LG家 세 모녀는 구 선대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별도의 유언이 없었기 때문에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상속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상속이 완료된 지 4년이 지난 상태에서 갑자기 절차상 문제를 거론하며 반기를 들었다”며 “이 주장대로라면 구 선대회장이 남긴 ㈜LG 주식 11.28% 중 김 여사는 3.75%를, 구 회장을 포함한 세 자녀는 각각 2.51%씩 갖게 된다”고 밝혔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LG家 세 모녀는 국내 언론이 아닌 외신을 선택함으로써 소송을 단순한 재산 분할 분쟁에서 ‘가부장 전통에 맞선 여성들의 권리 찾기’로 프레임을 전환했다”면서 “국내 정서상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재벌가 상속 지분 분쟁을 젠더 평등 이슈로 치환하려는 전략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 포인트 둘…스물스물 피어나는 ‘배후설’ 설득력 있나
뉴욕타임스는 실제로 해당 보도에서 한국 재벌가의 유교적 가풍과 장자 중심 승계 문화를 집중 조명하며 이번 분쟁을 한국 특유의 승계 관행과 연결 지어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소송의 배후로 구광모 회장의 매제이자 연경씨의 남편인 윤관 BRV 대표를 지목했다. 상속 분쟁과 자본시장에 대한 전문성, 고도의 여론전이 요구되는 사안인 만큼 세 모녀가 독자적으로 이 같은 전략을 설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가족 간 대화 녹취록에는 윤 대표가 분쟁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 관여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결국 세 모녀와 그 배후로 지목된 윤관 대표의 목적은 승소가 아닌 실익에 있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며 “외신을 활용한 여론전과 경영권 압박을 지렛대 삼아 협상력을 극대화하려 했던 치밀한 꽃놀이패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실 LG 총수일가는 그룹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에게 지분을 증여·상속하면서 안정적 경영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이러한 경영권을 바탕으로 여러 세대를 통해 그룹을 성장시켜 왔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고려할 때 결국 세 모녀의 현 주장은 재산상 권리를 내세워 경영권을 노리거나 세 모녀의 법적 권리를 이용해 LG의 경영권을 흔들려는 배후 세력이 있거나 하는 상황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