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정보] 2030, ‘멘탈 관리’와 ‘루틴 설계’에 빠지다

“번아웃 세대의 생존 전략…성공보다 ‘회복력’에 집중”

[팩트UP=정도현 기자] # 퇴근하면 아무것도 못 하고 그냥 누워서 숏폼만 보다가 잔다는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직장인 김상민(28⸱가명)씨. 김씨는 최근 ‘도파민 디톡스’에 도전했다.


퇴근 후 무의식적으로 이어지는 SNS와 영상 소비를 줄이기 위해 하루 1시간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설정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는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며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가 무서웠다고 말했다.

 

# 경기 성남의 IT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박미혜(여⸱31⸱가명)씨는 회사에 오래 다닐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는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러닝을 한다. 몸이라도 잡고 있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회사가 불안한 게 아니라 그냥 세상이 불안하다는 그녀는 최근 러닝크루에 가입했다. 운동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했다. 다들 힘들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게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면서 위로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 “성공 말고 버티는 법을 배워요”

 

취업난과 고물가, 불안정한 고용 환경 속에서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젊은 세대가 ‘멘탈 관리’와 ‘자기관리 콘텐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거 자기계발이 성공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 흐름은 무너지지 않기 위한 관리에 가깝다. 이들은 더 이상 ‘어떻게 빨리 성공할 것인가’를 묻기보다 ‘어떻게 오래 버틸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 2030 세대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는 ▲번아웃 ▲도파민 디톡스 ▲루틴 만들기 ▲감정 기록 등이다. 특히 직장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퇴근 후 아무것도 하기 싫다 ▲의욕이 사라진 느낌 ▲쉬어도 회복이 안 된다 등의 글드링 반복적으로 올라온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피로가 아닌 지속적인 불안과 경쟁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소진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취업 준비부터 직장 적응, 이직 고민까지 쉼 없이 이어지는 압박이 누적되면서 에너지 관리 자체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자기관리 콘텐츠는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도파민 디톡스의 경우 스마트폰, 숏폼 영상, 게임 등 즉각적인 자극을 줄이고 집중력을 회복하자는 움직임을 말한다. 하루 일정 시간 SNS를 차단하거나 주말에 휴대폰을 멀리하는 실험 콘텐츠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루틴 설계의 경우 아침 기상 시간 고정, 운동 30분, 독서 10페이지 등 작고 반복 가능한 습관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완벽한 자기계발보다는 ‘작지만 지속 가능한 루틴’이 핵심이다. 또 감정 기록과 저널링의 경우 하루 감정을 기록하며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방식이다.


한 전문가는 “과거 자기계발 콘텐츠가 스펙, 재테크, 성취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회복력이 중심에 놓인다”며 “회복력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2030은 이를 능력으로 인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체력 관리, 명상, 운동, 수면 관리 앱 사용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면서 “특히 러닝크루, 요가 모임, 독서모임 등 오프라인 커뮤니티 참여가 증가하는 현상도 눈에 띄는데 단순 취미 활동이 아니라 정서적 지지와 소속감을 얻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루틴이 곧 안전장치”

 

전문가들은 2030의 멘탈 관리 트렌드를 ‘불안 기반 자기방어 전략’으로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경제적 불확실성, 주거 문제, 경력 단절 가능성 등 구조적 불안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최대한 관리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대기업 한 인사관계자는 “멘탈 관리와 루틴 설계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불확실한 시대를 버티기 위한 생존 기술에 가깝다”며 “이 같은 흐름은 단기 트렌드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기업 역시 구성원의 번아웃 관리, 워라밸 제도,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기업 인사관계자는 “2030 세대가 원하는 것은 과도한 동기부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환경”이라면서 “이들에게 자기관리는 더 이상 성공을 위한 준비가 아닌 무너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