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황병진 연구원] 지난 1월까지 사상 고점을 거듭 경신, 한때 톤당 1만4500달러까지 상승했던 구리(銅) 가격이 최근 반락해 1만3,000달러 아래로 후퇴했다. 연중 최고치 대비로는 10% 이상 후퇴, 단기적으로 구리 가격은 기술적인 조정 구간에 진입했다. 그렇다면 구리 가격이 다시 사상 고점을 경신하는 강세 모멘텀을 만끽할 수 있을까.
2000년 이후 구리 가격은 중국(최대 소비국) 성장 사이클에 편승, 강세장과 약세장을 경험한 바 있다. 중국 성장을 견인해온 고정자산투자(부동산 중심)가 최근까지 부진을 겪는 동안 구리 가격은 오히려 2년 연속 상승, 사상 고점을 경신했다.
◆ “단기와 중기 방향성 모색 필요”
최근에는 AI·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속 수요 낙관론이 구리 가격의 강세 모멘텀을 형성, 미국 주도 설비투자 사이클(자본재 주문 증가세)에 동행하는 모습이다. 고질적인 중국 부동산 침체 우려에도 전 세계 구리의 약 60%가 소비되는 전선(Electric Wire) 수요가 성장세를 지속한 결과이기도 하다.
전기차, 충전설비, 태양광, 풍력 등 Clean Technology(또는 ‘Energy Transition’)向 소비 증가세가 건설向 소비 감소세를 압도, 중국 내에서도 명목 구리 수요 성장세가 진행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매크로(거시경제) 상황도 최근 2년 동안 구리 가격의 강세 모멘텀을 지지해온 원동력이다. 전 세계 실물 경기 둔화를 반영한 Copper/Gold Ratio 하락세에도 구리 가격은 금 가격과 동반 상승을 시도해왔다.
미국을 주도로 한 확장적 재정정책과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 조합이 인플레이션 억제 속 통화정책 ‘완화’, 특히 보험성 금리 인하 기대를 높여왔다. 동 기간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구분 없는 Everything Rally는 구리 시장으로도 투자 자금을 유입, 사상 최고치 랠리를 연장해 왔다.
최근 케빈 워시 쇼크를 계기로 부각된 유동성 경색, AI 버블 등의 우려는 단기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기인한 일시적인 이벤트로 판단된다.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겨냥하는 구리 가격의 강세 여부는 전 세계 실물 수급 상황에 주목, 단기와 중기 방향성 모색이 필요하다.
전 세계 구리 시장 수급 전망에서 타이트한 공급 여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 중국(최대 소비국) 고정자산투자 부진에도 에너지 전환(AI·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 속 수요 낙관론을 밑도는 광산 생산 증가세가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Grasberg 광산(인도네시아) 토사유출 사고, 남미 광산 파업 등 단기 공급차질 이슈들까지 겹쳐 마이너스 동 정광 제련수수료(Treatment Charge & Refining Costs, TC/RCs)가 심화됐다.
최근까지 금, 은 등 부산물 가격 상승에도 동 제련소들의 역(-)마진 상황이 불가피하다. 장기 수요 낙관론에 편승, 그동안 중국 주도로 확대된 정련구리(Refined Copper) 생산은 감산(減産)이라는 과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LME Week 2025 동안 다수 컨설팅 기관들은 ‘신규 광산 투자를 유인할 인센티브 수준의 구리 가격으로 톤당 1만3000달러를 제시했다.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 해당 수준을 상회한 구리 가격 하에서 신규 광산 투자 확대가 기대된다. 다만 건설 결정에서 상업 생산까지는 최소 3년이 소요, 단기 공급 여건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 “상반기 투자 의견 비중 확대 유지”
올해 도전 세계 공급 증가세를 압도하는 수요 낙관론의 강도가 구리 가격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자본지출(CAPEX) 가이던스 상향은 AI·데이터센터 투자 가속화, 동 기간 전력 인프라 투자와 맞물린 구리 수요 낙관론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최근 불거진 ‘AI 거품론(과잉 투자)’ 우려가 완화되면 구리 가격도 톤당 13,0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1월 한때 14,500달러)를 다시 겨냥할 전망이다. 한편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해온 구리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는 빈번하게 수요 둔화 우려에 직면할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불확실성’ 속 미국 소비자들의 선제적인 구매(‘사재기’)와 중국의 계절적 재고 비축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LME 재고가 증가세로 전환됐다. 동 기간 정련구리 실물 프리미엄이 반락하고 LME 현물-3개월 간 스프레드도 ‘백워데이션에서콘탱고’로 전환, 구리 가격의 단기 조정을 야기하기도 했다.
최대 소비국(중국)의 계절적 재고 비축이 종료되는 3월부터는 특히 LME 재고가 구리 수요 낙관론의 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인식될 것이다. 최근 증가세로 돌아선 LME 재고의 감소세 전환이 지연될수록 AI·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 낙관론에 편승해온 구리 가격의 강세 랠리에서도 감속(減速)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6년 원자재 전망 이후 보고서 <사상 최고 구리 가격 상승세, 여전한 진행형!(2025.12. 22)>를 통해 가격 예상 범위를 톤당 1만~1만3000달러로 상향한 바 있다. 구조적으로 타이트한 광산 공급, AI·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투자 낙관론 등에 편승한 구리 가격의 강세 여건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2026년 구리 가격 예상 범위를 1만1000~1만4000달러로 상향조정, 상반기까지 투자 의견도 ‘비중 확대’를 유지한다. 다만 연초까지 전개된 가파른 가격 상승 랠리는 단기 수요 둔화 우려를 빈번하게 부각 가능, 일부 감속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