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한동희 연구원] 역사적으로 메모리 주식의 밸류에이션 툴은 PBR이었다. 2010년 초반 스마트폰 사이클, 이후 서버, 코로나 사이클을 거치며 메모리 산업은 불황과 호황의 차이가 극명했기 때문이다.
메모리 산업의 비용 상당 부분이 고정비이므로 메모리 가격 변동에 따른 높은 이익 탄력성은 양날의 검이었다. 변동이 심한 수익(Earnings)보다 안정적인 1주당 순자산(Book value) 기반의 벨류에이션(가치평가)이 효과적이었다.
또한 거시경제에 연동되는 전형적인 주기(Cyclical) 산업이었다. 2010년 이후 AI 사이클 이전까지 그 어떤 사이클도 거시경제의 방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실적도 주가도 마찬가지였다. 그 과정에서 PBR은 주가를 잘 설명했다.
하지만 TSMC는 달랐다. 같은 사이클, 같은 전방 시장, 같은 장치 산업임에도 TSMC는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 갔다. 안정적 이익 성장에 대한 높은 신뢰는 PER 밸류에이션의 적용의 기반이 되었다. TSMC의 주가는 PER로 잘 설명된다.
◆ “Value 확장의 신호”
오랫동안 메모리 업종 주가를 설명해 온 PBR은 기능을 잃기 시작하고 있다. AI 사이클 시작 이후 HBM에서의 높은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차별적인 이익을 시현한 SK 하이닉스의 PBR은 과거 Band 상단을 상향 돌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단 한 번도 그 기능을 잃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AI 사이클에서 과거와는 명백히 다른 Value의 확장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메모리 업종에 EPS의 상향과 PER의 상승이 동반되고 있다. 과거 메모리 업종의 EPS 상향과 PER 상승이 동반되는 경우는 불황에서 호황으로 턴어라운드 되기 시작하는 구간이었다.
이 시기에는 업황의 탄력적 반등의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므로 EPS의 상향보다 주가의 상승 탄력성이 더 높다. 이 경우를 제외하면 보통 호황에서 저PER, 불황에서 고 PER이 일반적이다.
현재 메모리 업종은 불황에서 호황으로 턴어라운드 하는 구간이 아니다. 2023년 AI 사이클 시작 업황은 턴어라운드하기 시작했고, 최근까지 호황이 지속되었다. AI 사이클에서의 메모리 업종에 대한 평가가 급격히 바뀌기 시작하는 초입이라고 판단한다.
메모리 업종에 대한 PBR Valuation을 유지하는게 맞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PBR의 근거가 높은 실적 변동성이었다면, AI 사이클 내 실적 안정성 강화와 구조적 성장이 장기화될 경우 PBR은 점점 명분을 잃기 시작할 것이다.
AI 사이클 내 메모리 산업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2023년 AI 사이클 시작 이후 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의 실적은 거시경제와 무관하게 우상향했다.
2023년에는 감산으로 대변되는 최악의 업황을 통과한 국면이었으므로 기저효과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이 흐름은 2년간 지속되고 있다.
SK증권은 AI 사이클에서의 메모리 업종의 구조적 증익 사이클은 최소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 전망한다. AI 사이클의 핵심이 기존 Scale-up에서 Scale-out으로 확장되며 수요가 상향되고 있으나 공급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CapEx discipline과 HBM 강세, 증설을 위한 공간 여력 부족 속 Scale-out 사이클 시작은 공급자 우위의 장기화를 의미한다. 엔비디아는 지난 10월 NDR에서 글로벌 데이터센터 CapEx에 대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40%까지로 전망했다.
AI 사이클은 Scale-up에서 Scale-out, Scale-across로 확장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AI 메모리는 HBM 채용량 증가뿐 아니라 서버 DRAM, GD7, SOCAMM2, Custom HBM 등으로 다변화되기 시작하며 메모리 업종 전반의 AI 수혜 강도가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메모리 산업이 선수주, 후증설 구조로 변화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메모리의 안정적 수급 없이 AI 로드맵의 달성은 불가능하다. 또한 SOCAMM2, Custom HBM 등 AI 특화 메모리의 확보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제한된 공급 여력 속 다양한 AI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2~3년여의 장기공급계약 비중이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과거처럼 메모리 증설이 업황 Peak-out의 단초가 될 가능성은 낮다.
SK증권은 AI 사이클 내 메모리 업종의 Valuation 방법론을 PER로 변경한다. 실적 변동성 하락, 장기 성장성 제고 및 거시경제를 이기는 이익 흐름이 실적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EBITDA의 구조적 상승을 의미하는 바, 메모리 업종의 주주환원정책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PER로의 변경에 따라 높아질 기업가치를 재차 정당화 할 것이다.
◆ “이제는 PER”
SK증권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한 Valuation 방법론을 PER로 변경한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를 삼성전자 170,000원, SK하이닉스 1,000,000원으로 상향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2026년 예상 EPS에 각각 Target PER 15X, 11X를 적용해 목표주가를 55%, 108% 상향 조정했다.
한국 메모리에 대한 PER 적용은 최초의 국면이므로, Target PER 수준에 대한 합리성에 대한 의구심 국면은 필연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AI 사이클이 Scale-up 에서 Scale-out, Scale-across 로 확장되며 메모리 수요를 폭발적으로 견인하는 국면이다.
반면 공급자들의 제한된 공급 여력은 가격 상승 중심 사이클의 장기화를 의미한다. 글로벌 AI 관련주 내 메모리 업종의 실적 성장률이 가장 두드러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삼성전자는 AI Scale-out 사이클에서 생산능력 우위에 기반한 일반 D램에서 업사이드를 창출하고, SK하이닉스는 HBM 경쟁 우위의 지속 가운데 일반 D램과의 시너지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양사 모두 이익 극대화 추구가 가능하다. 이를 감안하면 글로벌 AI 관련 핵심 수혜주인 TSMC, 엔비디아의 PER 대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공급자들의 PER 은 저렴하다.
또한 삼성전자의 Target PER 15X는 과거 12M Fwd. P/E Band 상단, SK하이닉스의 Target PER 11X는 마이크론의 2026년 예상 PER 13X 이하라는 점에서 과하지 않다.
AI 사이클에서 메모리 산업의 성격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실적 트렌드가 변화하기 시작한 지 2년 여가 지나고 있으며, 사이클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안정적 실적 성장 기반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국면이므로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 방법론도 변해야 한다.
SK증권은 기존에 제시한 메모리 Supercycle에 대한 의견을 유지한다. 최근 가파른 주가의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