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경제분석] 은행, 배당락 감안시 선방…외국인 매수세 재개

하나증권 ″은행주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비중확대 의견을 계속 유지″

[하나증권=최정욱 연구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원 방안이 오히려 지난달 처음 공개된 것보다 강제성 부여 측면에서 일부 후퇴했다고 분석한다. 정책 주요 내용에 대한 강제성이 없고 참여기업에 주는 인센티브도 약해 정책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존재한다.

 

금융감독원장이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과 관련해 상장기업에 대해서도 주주환원 등 일정기준을 미달하는 기업의 거래소 퇴출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영권 확보나 승계 장치에 대한 합리적인 제도 마련과 이를 전제로 한 법개정 공론화도 언급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은행권 신규 주택담보대출(오피스텔 포함)에 도입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타행으로 대환대출을 할 경우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자행 갈아타기는 올해 말까지 유예기간을 주고 스트레스 DSR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상생금융 방안에 따라 다음 달 6000억원 규모의 취약계층 지원 방안이 나올 예정이다. 당국은 연체이력 정보 공유 및 활용을 제한하는 ‘신용사면’을 3월 12일에 시행하고 약 37만명에 달하는 금융과 통신채무 통합조정 또한 오는 6월 내 시행할 계획이다.

 

◆ ″실질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한 셈″

 

전주 은행주는 1.7% 하락해 KOSPI 하락률 0.9% 대비 초과 하락했지만 지난주에는 신한지주[055550]와 기업은행[024110]을 제외한 모든 은행들의 기말배당 기준일이 몰려 있어 약 2% 내외의 배당락 발생 요인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한 셈이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으로 월요일 큰 폭 하락했던 은행주는 이후 배당락일에도 하락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고 금감원장의 밸류업 패널티 시사 발언 이후에는 저 PBR 종목들이 다시 강세로 전환됐다. 


CPI(미국 소비자물가지수)와 PPI(미국 생산자물가지수) 충격으로 상승세를 지속하던 미국 국채금리는 전주에는 하락세 전환했다. 미국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대비 2.4% 상승해 예상치에 부합한데다 2월 미국 ISM PMI가 47.8로 시장예상치를 하회하면서 금요일 국채금리가 큰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서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73%대로 상승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4.19%로 마감해 한 주간 6bp 하락했고 2년물 국채금리는 4.53%로 한 주간 16bp 하락했다. 


국내 국채금리는 목요일까지의 미국 금리 상황에 연동되며 상승세를 보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39%로 한 주간 4bp 상승했고 10년물 금리도 3.48%로 한 주동안 4bp 상승했다. 다만 금요일 미국 금리 상황이 반영되면서 주초에는 하락세 출발이 전망된다. 


전전주 모처럼 은행주를 순매도했던 외국인들은 지난주에는 다시 은행주 매수세를 재개했다. 외국인들은 KOSPI와 은행주를 각각 8130억원과 720억원을 순매수했고 국내 기관들은 KOSPI를 6120억원 순매도한 반면 은행주는 약 100억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신한지주와 하나금융[086790], BNK금융[138930] 등이 지난주에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약 420억원의 기관 매수 요인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300억원 이상의 순매도라고 봐야 한다.

 

◆ ″은행주 수급의 핵심은 결국 외국인″

전주 특징주는 BNK금융과 DGB금융[139130]으로 한 주간 주가가 5.7%와 5.2% 하락해 하락 폭이 가장 컸다. 기말 DPS가 410원과 550원에 달해 배당락으로 아무래도 주가 하락 폭이 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과 KB금융도 기말 DPS가 1600원과 1530원이었기 때문에 3%대 하락했다. 반면 우리금융과 JB금융[175330]의 경우는 각각 640원과 735원의 기말 DPS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 폭이 매우 미미했던 상황이다.
 

 

한편 카카오뱅크[323410]의 경우는 배당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주에 주가가 5.5%나 하락했는데 고 PBR 종목으로서 최근의 저 PBR 컨셉과는 거리가 있는 데다 최근에 금리 방향성 또한 우호적이지 않으며 스트레스 DSR  도입으로 타행으로부터의 대환대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발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자율적 가이드라인이며 참여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약하다는 비판이 많지만 6월 중 최종 확정될 가이드라인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나친 강제성은 시장 개입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 표면적으로는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경우 제도 활성화가 미진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금융당국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식으로든 당근과 채찍이 병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주 수급의 핵심은 결국 외국인인데 정부가 이런 정책을 공식적으로 추진한다는 방향성만으로도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만약 여기에 추가적인 조치로 정책 효율성이 가미된다면 외국인 수급 개선 효과는 계속해서 개선될 공산이 크다.


배당락까지 마무리되면서 주요 이벤트는 소멸됐다. 1분기 분기 배당 기준일이 3월 29일이지만 분기 배당은 DPS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듯 하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은행들의 1분기 실적으로 향할텐데 대형은행들의 1월 대출성장률이 나쁘지 않은 흐름이고 NIM(순이자마진)은 1분기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충당금 측면에서도 아직 큰 이슈가 없다는 점에서 1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 ″당분간 편안한 흐름 이어질 전망″

 

우리는 1분기 은행 전체 순익을 약 6조1000억원으로 추정한다. 호실적을 시현했던 전년동기의 6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예상한다. 민생금융 등 굵직한 이슈들은 모두 나온 상황이고 시기적으로도 선거가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규제 리스크가 당장 추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는 점에서 당분간 편안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들이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자사주 매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도 수급상 우호적인 요인이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 BNK금융은 현재 자사주 매입을 진행 중이고 KB금융도 금주부터 자사주 매입 시작을 예상한다. 


과거에는 자사주 매입 진행 시기에 외국인 매도가 커지는 현상이 있었지만 금번에는 다를 것으로 기대하며 은행주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비중확대 의견을 계속 유지한다.


주간 선호 종목의 경우 주간 단위의 단기 선호 종목으로서 당사 최선호 종목 및 중장기 선호 종목과는 다를 수 있으나 우리금융(매수/TP 1만7500원), 기업은행(매수/TP 1만6000원)을 제시한다.


우리금융은 4분기 실적 부진했지만 이는 증권/캐피탈 PF대출에서 2000억원을 추가 적립했기 때문으로 향후 브릿지론 사업성 평가 기준 마련에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타 대형금융지주 대비 주가 상승 폭 미미해 키맞추기 성격의 반등도 기대한다.


기업은행은 현실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실시가 어려워 총주주환원율 관점에서 상방이 크게 확대되기 쉽지 않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요인이다. 다만 2023년 결산배당으로 984원을 결의했고 배당기준일은 3월 29일로 당분간 배당투자 매력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