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이세라 기자] 현대차그룹이 최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 마무리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의 임단협 합의 내용을 두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노-노′ 사이에 오가는 거친 언사와 느슨해진 연대를 바라보면서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경영상 치명상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포인트 하나… 노-노 갈등에 현대차 웃을 수 있을까
재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내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 갈등의 골은 깊어질 때로 깊어진 상태다. 이는 얼마 전 현대차지부가 기아차지부에 대해 공개 경고를 날린 것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9월 먼저 합의에 이른 현대차지부가 퇴직자 차량 할인혜택을 유지했고 이에 기아차지부는 ′왜 우리만 왜 혜택을 축소하냐′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후 기아차지부는 역대급 성과를 따내고 ′현대차를 넘었다′며 자축했다.
이에 현대차지부는 발끈했다. 그것이 기아차지부가 임단협 성과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현대차를 뛰어넘는 성과′를 강조한 사실에 대해 ′왜곡된 정보로 갈라치기를 유발하지 말라′는 공개 경고로 나타닌 것이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그동안 현대차지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던 그룹 노조의 연대가 깨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가 잇따라 노조에 ′역대급 선물′을 안겨주는 출혈 경쟁을 펼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줄파업 예고라는 점에서 이런 현상이 회사에 마냥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포인트 둘… 현대차지부 vs 기아차지부 집안싸움 점화될까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 간 민감한 반응은 올해 말 예정된 노조 집행부 선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양 노조의 내부에서는 다양한 계파와 현장 조직이 대권 경쟁 중이라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해석과 소문을 여실히 확신할 수 있는 것으로는 기아차지부의 합의안 발표 이후 현대차의 현장조직인 ′민주현장′이 ′기아차 협상 잘하네′라는 제목의 소식지를 내고 현대차 집행부의 협상력을 비판하며 흔들기에 나선 것이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지부에서는 노조 집행부 선거를 의식한 노조 계파가 자극적인 성과를 과시하고 노조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아 노조에는 금속민노회·새노회·우리노동자 등 다양한 계파와 현장 조직이 혼재되어 있는데 이들이 올해 말 지부장 등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경쟁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문제는 기아차 뿐만 아니라 타계열사들도 ‘현대차 맏형’ 구도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라며 ″실제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 4곳의 6개 노동조합 지회가 24일과 26일 공동파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차∙기아 직원에게만 지급된 600만원 상당의 특별성과급이 계기가 됐다″면서 ″예전에는 현대차 기준을 계열사들 임단협 교섭 기준점으로 삼는 관행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이에 불만을 품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