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이세라 기자]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다. 분기마다 최대 실적,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기업들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주가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실적 발표 직후 하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왜 이 모양일까.
◆ “실적과 주가는 왜 엇갈리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이익이 늘면 주가도 오르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이 질문은 절반만 맞다. 주가는 현재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도 이 실적이 유지될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 숫자 자체보다 숫자가 만들어진 구조를 본다는 뜻이다.
부동산 매각, 환율 효과, 충당금 환입 같은 요인으로 단기 실적이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익은 다음 분기에 반복되지 않는다. 시장은 알고 있으므로 그래서 주가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사실 매출 규모는 커졌지만 마진은 줄고 경쟁은 심해지고 가격 결정력은 약해졌다면 이익은 유지되기 어렵다. 주식시장에서는 성장은 했지만 좋은 성장은 아니라는 판단이 주류를 이루고 그래서 주가는 미동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인력 감축, 투자 축소, 마케팅 비용 절감으로 이익을 늘린 경우도 많다. 이 경우 단기 실적은 좋아 보이지만 이는 미래를 당겨 쓴 실적일 수 있다. 시장은 이를 성장 신호가 아니라 방어 신호로 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 기업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주주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다는 점”이라며 “배당 확대 계획이 없고 자사주 매입도 없고 남는 현금의 사용처도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와 같은 경우 시장에서는 이익은 누구를 위해 쓰이나라는 의혹을 제기한다”면서 “실적은 회사의 성과지만 주가는 주주와의 관계를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 “실적은 결과, 주가는 평가다”
같은 실적이라도 오너 중심 지배구조나 불투명한 내부 거래, 잦은 합병·분할이 있는 기업은 낮은 평가를 받는다. 이익이 나도 그 과실이 주주에게 돌아올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다.
사실 시장은 이미 ‘다음 장면’을 보고 있다. 주가는 성적표가 아니라 예고편이다. 지금이 아니라 6개월 또는 1년 뒤의 그림을 미리 반영한다. 그래서 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횡보하고 실적 둔화 신호만 보여도 주가는 먼저 반응한다. 실적이 좋다는 뉴스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주가를 이해하려면 이 실적은 반복 가능한가, 본업 경쟁력은 강화되고 있는가, 투자와 성장을 동시에 하고 있는가, 주주는 대접받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함께 던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기업의 주가는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무겁다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증권가 한 고위 관계자는 “실적은 과거의 결과이고 주가는 미래에 대한 평가인 만큼 그래서 실적이 좋은데 주가가 오르지 않는 기업은 대개 ‘숫자 외의 설명’을 하지 못한다”며 “시장은 숫자를 믿지 않고 구조를 믿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