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호텔신라,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던 화장품 사업에서 발을 뺀다고(?)

위기 타개하기 위해 비수익 사업 정리…8일 럭셔리 뷰티 브랜드 ′시효′ 영업 마무리

[팩트UP=이세라 기자] 유통업계에서 호텔신라가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던 화장품 사업에서 발을 뺀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 같은 소문이 확산되면서 진위 여부와 함께 고환율과 소비 여력 둔화, 공항 임차료 부담 증가 등으로 이 회사가 상당한 고전을 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업계 일각에서는 호텔신라가 작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비수익 사업을 정리하는 등 전면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팩트UP>에서는 소문의 사실관계와 배경을 따라가 봤다.

 

◆ 초기 시장 안착에 실패

 

업계와 <팩트UP> 취재에 따르면 호텔신라가 화장품 사업을 철수하는 것은 맞다. 호텔신라와 글로벌 화장품기업 로레알그룹이 공동으로 선보인 럭셔리 뷰티 브랜드 ′시효′가 오는 8일 영업을 마무리한다.


′시효′는 호텔신라가 약 5년 만에 재도전한 화장품 사업이다. 지난 2022년 6월 로레알(지분율 40%), 앵커PE(지분율3 0%)와 합작법인 로시안을 설립했고 같은 해 11월 시효 브랜드를 론칭했다.


당시 호텔신라는 로시안 지분 30%를 약 25억5000만원에 인수했는데 팬데믹으로 면세사업 의존도가 높았던 호텔신라의 매출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시효′는 회사의 사업다각화를 위한 핵심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면세업계 불황을 피하지 못했다. 면세⸱호텔 네트워크와 로레알 마케팅 역량의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낮은 인지도 등으로 초기 시장 안착에 실패하면서 브랜드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로시안 측은 사업 종료와 관련해 ′합작사들과 함께 아시아 럭셔리 뷰티 시장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브랜드의 향후 전망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평가한 결과 시효 브랜드 운영을 종료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호텔신라는 2011년에도 중소기업 화장품 브랜드를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 ′스위트메이′를 론칭해 홍콩, 마카오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며 ″하지만 실적부진으로 2017년 사업을 종료한 바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어 ″이 회사는 단독으로 사업을 하려다 실패하고 이후 협업전략을 선택해 돌파구 마련을 꾀했으나 이 역시도 실패했다″면서 ″호텔신라는 성장 가능성이 낮은 화장품 사업을 정리하고 신사업 대신 본업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신사업 대신 본업 내실 다지기에 집중″

 

그러면 호텔신라가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던 화장품 사업을 접게 한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와 <팩트UP> 취재에 따르면 호텔신라가 지난해 연간 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그 이면에는 면세업계의 불황이 자리를 하고 있다. 예컨대 면세업계의 불황이 호텔신라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는 얘기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52억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적자로 전환도 됐다. 성적표도 좋지 않았다.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에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9478억원, 영업손실은 27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영업손실 183억원) 적자 폭을 확대된 것이다. 이 중에서도 지난 4분기 면세점 부분에서 43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호텔신라로서는 빼 아픈 대목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4분기 실적 부진에는 면세사업(TR) 부문 적자 확대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4분기 면세 부문 영업손실은 439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297억원) 대비 약 150억원 영업손실이 증가한 반면 매출은 77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인천공항 면세점의 계약 구조가 과거 대비 개선됐음에도 지난 4분기 호텔신라의 인천공항 면세점 적자 수준은 2018~2019년 수준을 넘어선 걸로 추정한다″면서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 정상화에 따라 공항 객수는 2019년 수준을 넘어섰으나 고환율과 소비 여력 둔화 등으로 소비자의 지출은 회복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업계 특성상 길어지는 고환율 기조와 임차료 부담 등이 호텔신라의 적자 전환에 일조했다″며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대부분 증권사들이 호텔신라에 대한 투자 의견 하향 조정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