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테마] 국민 10명 중 3명 "의료공백 사태로 불편...예약 어려워"

[팩트UP=설옥임 기자]올해 2월 6일 정부의 의사 인력 확대 방안 발표 이후 의료 사태가 수습되지 않은 채 정부와 의료계는 극단의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국민들은 의료 공백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라며 이런 상황을 지켜봐왔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중증질환이나 희귀질환 환자들은 치료시기를 놓쳐 회복이 더 어려워지고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언제 정상적인 치료를 받을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더욱 힘들어하고 있다.

 

현 의료 공백 사태에서 가장 큰 고통과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은 환자와 국민들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의료소비자의 목소리와 의견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YWCA연합회는 의료소비자들의 불편과 어려움을 파악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 개혁 과제에 대해 조사해 의료소비자 중심의 의료 개혁을 요구하고자 지난 6월 4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올 2월 의대정원 확대 발표로 의료 공백 사태가 발생한 이후 본인이나 가족 중에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27.4%로 10명 중 약 3명은 이번 의료 공백 사태로 의료 이용에 불편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편을 겪은 사람을 대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에 대해 물어본 결과, 병원 예약이 연기되었다가 39.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병원 진료 예약을 하기 어렵다가 34.9%,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13.1%, 진료(검사) 예약이 취소되었다 7.5%, 암 수술 등 수술 일정이 취소되었다 3.0%, 담당 의사가 없어 다른 지역의 의료기관에 가라고 했다 1.8% 순서로 나타났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일부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 의료 공백이 발생한 이후 본인 경험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등 주변에서 병의원을 찾고 진료 받는 과정과 의료서비스 질적 수준이 예전에 비해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병의원을 찾고 진료 받는 과정에 대해서는 예전과 비교해 매우 나빠졌다 19.9%, 나빠진 편이다 43.3%, 예전과 동일하다 21.3%, 잘 모르겠다 15.5%로 나타났다.

 

응답자 1,000명 중 63.2%가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의료기관 이용 및 진료를 받는 데 나빠졌다고 응답한 것이다. 또한 의료 공백 사태 이후에 의료서비스 질에 대해서는 예전에 비해 매우 나빠졌다 15.3%, 나빠진 편이다 43.4%, 예전과 동일하다 24.2%, 잘 모르겠다 17.1%로 나타나 약 60%가 전반적인 의료서비스 질이 낮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공백 사태 이후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기가 나빠졌다고 응답한 632명 중 어떤 면에서 나빠졌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진료 예약이 취소(연기)되어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가 36.2%로 가장 많았고, 진료(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기다기는 시간이 길어졌다 33.9%, 암 등 수술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17.1%,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 6.6%, 담당의가 교체되었다 2.4%, 진료나 치료에 불만족한다 2.1% 순서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기타 응답 중에는 건강검진에서 암이라고 큰 병원에 가서 조직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상급의료기관에서 검사 예약이 안 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정부와 의료인 간의 대치가 계속되면서 일부 의사가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상급종합병원의 의사 파업 등 의료 공백이 장기화됨에 따라 국민들의 88.4%가 의료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까봐 불안해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의료 이용 시기를 가능한 미루거나 늦추고 있다가 73.0%로 나타났다.

 

큰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워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있다는 응답도 53.8%로 나타났다.

 

가족이나 친지 중 아파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 1,000명 중 35.8%로 나타났고, 이 중 58.2%가 여성이었다. 돌봄 대상으로는 부모가 63.1%로 가장 많았고, 아내나 남편이 19%, 자녀가 10.9% 등으로 나타났다. 환자 보호자로서 돌봄 기간은 1년~3년이 26.3%로 가장 많았고, 10년 이상 돌봄을 하고 있는 경우도 17.6%로 나타났다.

 

이들 중 65.2%는 의료 이용 및 의료기관 선정, 치료와 관련한 의사 결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의사나 간호사 등의 의료인이 없다고 응답해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병원 예약이 변경되거나 연기되어 치료에 차질이 생길 경우 도움을 청할 전문가가 없어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의료 정상화뿐만 아니라 환자 돌봄과 관련한 전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당면한 의료 개혁 과제에 대해 물어본 결과, 필수의료 부족 해소가 20.9%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지역간 의료자원(의료인, 의료시설)의 불균형 해소가 18.6%, 의료인력 부족(의대정원 확대) 18.2%, 비수도권 지역 의료질 격차 해소 10.7%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YWCA연합회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현재의 의료사태로 인해 의료소비자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확인하고 의료 사태의 조속한 수습과 정상화를 정부와 의료계에 요구하는 한편, 필수의료 부족, 지역간 의료 불균형 문제 해소 등 의료소비자가 원하는 의료 개혁을 통해 국민을 위한 의료 개혁이 추진될 수 있도록 계속 촉구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