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설옥임 기자] 최근 증권가에 코스닥상장사인 알파녹스[043100]가 지난 10월 발행한 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두고, 회사 자원이 외부로 부당 이전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비정상적 거래를 통해 최대 주주와 사채권자가 공모, 회사 자원을 외부로 유출시키는 전형적인 배임 행위를 자행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팩트UP>에서는 관련 문서와 여러 관계자들의 증언, 회계 전문가 분석을 종합해 ‘비정상적 거래 구조’로 지적되는 핵심 정황을 추적했다.
◆ “현금 대신 정체불명 사업권(?)”
알파녹스(현 알파에이아이)는 CB 발행 목적을 ‘운영자금 조달’이라고 공시했다. 보통 기업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을 발행하고 현금을 확보한다. 그러나 알파녹스는 CB 대가로 현금이 아닌 ‘사업권’을 받았다.
이 사업권은 2024년 개업한 웅촌곡천협동조합이 보유한 것이다. 웅촌곡천협동조합은 자본금 50만원, 설립자 박평순씨가 지분 100%를 가진 신생 법인이다.
<팩트UP> 취재에 따르면 해당 사업권의 실제 사업성·수익성은 공시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CB 발행 당시 회사 내부에서도 ‘사업권의 실질적 가치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를 두고 회계전문가들은 운영자금 조달이라 공시해놓고 현금 유입이 하나도 없는 구조는 자본시장법상 허위 공시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알파녹스에 따르면 웅촌곡천협동조합에 표면이자율 2%, 매년 1억 원 이자 지급, 만기 3% 상환할증금이 붙는 조건으로 CB를 발행했다. 또 조합이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318만4713주(지분 15.84%)의 신주가 발행된다.
하지만 회계전문가들은 회사는 현금 유입 없고, 매년 이자를 지급함으로써 현금이 유출되며 전환 시 기존 주주 지분 희석되고 사업권은 실질 수익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구조는 회사만 손해를 부담하고 조합은 이익 옵션을 확보한다는 의혹을 낳는다”면서 “이런 구조는 과거 배임 사건에서 여러 차례 문제된 전형적 이익 이전 패턴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 “회사 손해, 상대방 이익 구조”
그런가 하면 증권가 일각에선 외부평가기관의 ‘부실 평가’ 논란이 제시됐다. 사업권 가치는 외부평가기관 동현회계법인이 44억~56억 원으로 평가하며 ‘적정’하다고 결론을 냈다.
그러나 평가보고서에는 자산가치 접근법만 사용했고 미래 수익성 검토는 없었고 제시 자료의 진위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는 문구를 포함하는 등의 한계가 명시돼 있었다.
한 감정평가사는 “사업이 실제로 가능한지와 같은 핵심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며 “자료 진위 검증 없이 단일 방식으로만 평가하면 가치 부풀리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팩트UP> 취재 과정에서 복수의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에 대해 구조적 문제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예컨대 실체·재무력이 확인되지 않는 신생 협동조합이 거래의 핵심 주체, 회사는 무수익 자산 취득, 조합은 전환 차익 옵션 확보, CB 거래 목적과 실제 자금 흐름이 불일치 등이 그것이다.
한 전직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이런 구조는 최대주주와 외부 주체 간 공모 가능성 제기되는 전형적 패턴으로 과거 배임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다”면서 “사실이라면 회사 자원 외부 유출을 목적으로 한 거래로 의심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가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운영자금 조달 목적의 CB가 왜 현금 없이 사업권 취득으로 이어졌는지, 협동조합이 실제로 50억 원 상당 사업권을 제공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최대주주 또는 특정 사인이 거래 구조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도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권 가치는 정상적 평가 절차를 거쳤는가 여부와 CB 발행 과정에서 주주 보호 절차가 적정했는가 여부도 들여다 볼 사안”이라면서 “금융당국이 해당 거래를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 역시 향후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