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정연승 연구원] 중국 해운사 및 중국 조선소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항만 수수료 정책이 발표됐다. 해당 정책은 10월 15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중국 기업이 소유 또는 통제하는 선박 또는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경우, 항만 수수료가 부과된다.
중국 선사가 아닐 경우 이번 항만 수수료 정책은 연초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기존에 제시된 안보다는 완화됐다. 초안보다는 수수료 부문에서 완화되면서 한국, 일본산 선박을 보유한 비(非) 중국 선사들은 항만 수수료 회피가 가능하다.
중국 선사가 대형 선박을 운항할 경우 수수료 부과 규모가 가장 크다. 중국 국적 선박 범위가 확대되어 중국 선사 외에도 리스사, 정책 금융 관련 선박 모두가 적용되는데 적용 대상은 더 확대되었고 우회는 차단됐다. 중국 해운, 조선을 포괄적으로 견제하는 고도화된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단순 수수료 부과 규모 축소로 평가 절하해서는 안된다.
◆ ″포괄적 규제로 중국 견제 고도화″
미국 정부는 이번 정책과 지난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내 선박 발주를 유도하고 조선업 생태계 구축 의지를 보여줬다. 동시에 중국 조선소로의 발주도 견제한다. 미국 내에서 상선 및 군함 건조를 확대하려면 한국 조선사와의 협력이 필수다.
미국 내 기업과의 협업, 미국 내 조선소의 신규 수주가 현실화 되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매출 증가 사이클 재차 확대 가능하다. 행정명령과 연계된 Action Plan이 하반기 순차적으로 발표되면서 한국 조선사의 미국 관련 사업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지난 4월 17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해운 및 조선 관련 불공정 관행에 대해 보복 조치를 결정, 항만 수수료 부과를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4월 17일, 미국무역대표부가 중국 해운, 조선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조사를 개시한지 1년 만에 나온 조치다.

2025년 2월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조선, 해운 사업을 전략 산업으로 선정, 5개년 국가 계획을 통해 산업별 생산량, 내수 및 수출 점유율 목표를 설정하고 외국 기업을 시장에서 배제하거나 대체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글로벌시장에서 조선 수주 점유율은 50% 이상, STS크레인(Ship to Shore; 항만에서 컨테이너선을 상, 하차하는 크레인)은 글로벌 공급의 70% 이상, 컨테이너 박스, 섀시 등도 대부분 중국에서 공급받게 됐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중국이 시장을 왜곡하고 공정 경쟁을 방해하며 미국 기업과 노동자의 기회를 박탈한다고 판단하여 보복 조치를 결정했다.
미국 무역대표부에서 결정한 조치는 중국 국적 선박,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 외국(미국 외에서 한국도 포함)에서 건조한 자동차운반선에 대한 항만수수료 부과, 미국산 LNG 수출 시 미국산 선박 사용 비율 요구, 중국산 항만 장비에 따른 추가 관세 제안 등 다섯 가지다. 각 선박은 부속서(Annex) 1~4 중 하나에 적용되며 해당 조치가 중복되어 적용되지 않는다.
◆ ″미국 내 조선업 생태계 구축 의지″
미국은 미국 내 조선 능력 회복, 해운 자립, 미국 내 일자리 창출, 항만 안보 강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은 상선 건조 역량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며 민간 상선 대부분이 외국 건조, 운항되고 있다. 선박, 항만에 사용되는 장비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보안에 취약하다.
이번 항만 수수료 정책에서 미국 내 상선을 발주할 경우 수수료 부과를 일시적으로 유예한다. 향후 수출 확대가 예상되는 LNG의 경우 수출 시 미국 내에서 건조한 LNG선의 의무화도 추진한다. STS 크레인, 섀시 등의 장비에 높은 관세를 제안하여 항만 장비의 미국 또는 우방국으로 생산을 전환할 계획이다. 미국 내 선박 및 장비 발주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다.
항만 수수료 정책과 별개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9일, 행정명령 14269호,‘미국의 해양 우위 회복(Restoring America’s Maritime Dominance)’에 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 내용은 210일 내로 해양 행동 계획(Maritime Action Plan, MAP)를 작성,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조선, 해운 클러스터(Maritime Prosperity Zones, MPZ)를 지정하고 세제 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며 해양안보신탁기금(Maritime Security Trust Fund)를 조성하여 미국 내 조선소 신설, 투자에 대한 보증, 보조금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동맹국의 조선소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Buy America’ 요건도 일부 유예를 검토할 예정이며 미국 국적 선대를 확대하고 중국산 장비와 플랫폼(LOGINK) 접속을 차단할 계획이다.
한국 조선사 입장에서는 미국 현지 조선소 투자, 블록 생산, 엔지니어링 협력 등이 검토될 수 있다. 현재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인수하였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미국 군함을 제작하는 호주 오스탈(Austal) 인수를 추진 중에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의 군함 조선소인 헌팅턴잉걸스(HII)와 MOU를 체결했다. 향후 행정명령에 따른 행동 계획(행정명령 서명 이후, 210일 내에 발표 의무화)이 발표되고 해양안보신탁기금 조성 및 인센티브 제공이 확정되면 한국 조선소의 미국 현지 조선소 투자 확대, 마국 조선소와의 협력 방안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미국 관련 상선, 군함 건조를 통한 매출 확대가 가능해진다. 국내 조선소 중심의 수주 및 매출에서 영역이 한 단계 확대된다. 하반기 정책 변화에 따른 미국 내 사업 확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