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삼성전자,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 직원 일부 철수했다고(?)

업계 일각 ″저조한 수율과 이에 따른 수주의 어려움으로 인해 ′1보 후퇴′ 선택한 듯″

[팩트UP=이세라 기자] 지난 2022년과 지난해에 걸쳐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건설 현장에 파견됐던 삼성전자 직원들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지난달 말과 이달 초 귀국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 같은 소문이 나돌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파운드리 1위 꿈이 ′일단 멈춘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삼성전자와 TSMC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팩트UP>에서는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향후 행보를 짚어봤다. 

 

◆ 이재용 회장의 파운드리 드라이브 ′일단 멈춤′

 

업계와 <팩트UP> 취재에 따르면 삼성전자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 직원들 중 일부가 철수한 것은 맞다. 한국에서 주재원으로 나갔던 이들 직원이 귀국길에 오른 것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다. 


수십명에 달하는 이들 직원은 그동안 현지 건설과 인프라, 제조 기술 관련 업무를 담당했으나 이들 중 과반수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사실 테일러 공장은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기지 중 하나일 정도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9년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재용 회장이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확실한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후 테일러 공장은 2022년 착공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반도체에만 450억 달러(약 62조원)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삼성전자가 1998년 텍사스 오스틴에 첫 미국 파운드리 공장을 완공한 이후 20여 년 만에 결정한 초대형 미국 투자였던 이유에서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전자와 업계에 따르면 건설 중인 테일러 공장은 4나노(nm, 10억분의 1m)와 2나노 공정 양산 예정인데 2나노 수율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자 일부 인력을 철수시킨 것이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 직원들뿐만 아니라 공장 장비 셋업 등을 돕기 위해 함께 미국으로 갔던 협력사 역시 순차적으로 철수를 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테일러 공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된 것에 기인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팹은 당초 예상보다 가동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삼성전자와 TSMC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테일러 공장, 최소 인력으로만 운영 방침″

 

그러면 업계의 시각대로 이재용 회장의 파운드리 드라이브가 일단 멈춘 것일까. 


업계와 <팩트UP> 취재에 따르면 그렇지만은 않다. 삼성전자는 연말에는 수주계약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고 보고 그때까지 테일러 공장을 최소 인력으로만 운영할 방침이다. 이번 직원들의 철수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팹이 당초 예상보다 가동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과 첨단 패키징R&D 센터 구축을 발표하면서 파운드리 공장 준공 시기를 2024년 11월로 잡았다. 


그러나 현재는 당초 계획인 2024년말 가동 계획보다 2년이나 밀린 2026년 이후로 늦춰진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 삼성 테일러 공장 가동 시기가 추가로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에 기인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가동 지연 이유로 수주물량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실제 이 회사는 3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수주 관련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저조한 수율과 이에 따른 수주의 어려움으로 인해 난관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공장을 건립하고 운영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공장 가동을 위해서는 고객사 물량 수주가 필수적인 것을 감안했을 때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미국 정부와 64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 예비 협약을 체결했으나 일부 보조금이 지급됐을 뿐 보조금을 완전히 수령하지 못했다″면서 ″미국 행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가동 지연의 이유로 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