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이세라 기자] 최근 롯데건설과 메리츠금융그룹 간 불협화음이 표출되는 모양새다. 올해 초 이들 기업은 유대관계를 형성하면서 업계에서는 일명 ′깐부′로 명명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들 관계에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건설과 메리츠금융그룹 간 불편한 관계가 형성된 이유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지목되고 있다. 롯데건설을 ′통 크게′ 지원했던 메리츠금융그룹의 자금회수(엑시트)가 불투명해지면서 불협화음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포인트 하나…롯데건설의 유일한 ′구세주′ 메리츠금융그룹 떠날까
롯데건설의 입장에서는 메리츠금융그룹이 유일한 ′구세주′였다. 지난 1월 롯데건설은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5000억원 규모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메리츠금융그룹의 ′통 큰′ 투자는 업계의 시선을 충분히 끌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실질적 ′쩐주′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이 선순위 대출 9000억원의 대부분을 출자했고 금리는 수수료 포함12% 수준으로 맞춰졌다. 그렇게 롯데건설과 메리츠금융그룹은 ′깐부′ 관계를 형성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사정이 달라졌다. 부동산 부진 이어지자 어색해진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부동산 업황이 금세 회복할 것이라는 메리츠금융그룹의 예상과 달리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빠르지 않아 엑시트는 물론 점차 다가오는 만기에 재매각(셀다운)마저 고민거리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연초 투자 당시 1년 만기로 출자한 투자금을 반년 내에 엑시트할 목표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목표는 부동산 시장이 ′곧′ 회복될 것이라는 내부 분석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메리츠금융그룹은 공격적 영업을 사리던 타 금융사와 달리 배짱있는 투자를 단행했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은 상황이다.
롯데그룹이 이미 대부분 계열사 담보를 메리츠금융그룹에 맡겼으나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선택지가 적어지면서 메리츠금융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롯데건설의 유일한 ′구세주′ 메리츠금융그룹이 롯데그룹을 떠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련업계에서는 메리츠금융그룹과 롯데그룹과의 채무 관계가 애매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고금리가 부담스러운 롯데건설이 대환을 원하지만 메리츠금융그룹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최근 메리츠증권이 롯데건설이 신규 사업장에서 신청한 대출을 메리츠증권이 부결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포인트 둘…롯데건설이 꺼낼 추가 협상 카드 있을까
업계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그룹과의 협상에서 추가로 꺼낼 카드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지만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그룹과의 협상에서 추가로 꺼낼 카드는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미 대부분 롯데그룹 계열사 담보를 메리츠금융그룹에 맡기면서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선택지가 적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6월 롯데케미칼을 시작으로 롯데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하락한 점도 롯데건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롯데건설의 PF 보증 규모는 6조7000억원에 달하고 이 중 4조3000억원이 미착공 개발 사업장에 관련돼 있다. 이는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2조5848억원 자기자본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금융투자업계 한 분석가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 하락은 담보로 걸었던 계열사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른 자금조달 방안을 고민하더라도 신용등급이 떨어지기 전보다 좋은 조건을 받기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롯데건설이 제기할 수 있는 추가 협상 카드는 적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