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이세라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경영자 승계에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서경배 회장의 장녀이자 가장 유력한 경영 후계자인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담당이 이달 이니스프리 주식 2만3222주(9.5%)를 서경배과학재단에 기부금으로 출연한 이유에서다.

애초 서 담당은 이니스프리 주식 4만4450주(18.18%)를 보유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 기부 출연으로 지분율은 8.68%(2만1228주)로 감소했다. 절반 이상을 내어준 셈이다. 이를 두고 1963년생인 서 회장이 만으로 이제 막 예순줄에 들어섰기 때문에 물러날 시기를 점치기 한참 이른 만큼 후계구도 다지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포인트 하나…승계 수단 목적으로 기부 출연(?)
서 담당의 이번 기부 출연이 경영 승계 목적이었는지 여부가 하나의 관전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비영리법인의 경우 일정 규모에 한해 증여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승계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서다. 게다가 이니스프리는 서민정 담당의 승계를 위한 재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사실 그녀는 서 회장이 지난 2012년 증여한 에뛰드(19.5%)와 에스쁘아 주식(19.5%)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두 회사가 지난해 재무개선을 위한 감자를 실시하면서 서 담당의 지분이 모두 소각됐다. 따라서 그에게 배당금을 밀어줄 비상장 계열사가 이니스프리만 남아 있다. 그렇지만 이제 이니스프리 지분율도 줄어든 만큼 자금줄이 타격을 입은 꼴이 된 상황이다.
현재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출연을 두고 승계와 연계지어 해석하는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서경배과학재단의 경우 증여받은 계열사 주식을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팔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포인트 둘…서민정 자금줄에 타격 입나
또 다른 관전포인트로 꼽히는 것은 아모레퍼시픽 그룹 승계서열 1순위인 서민정 담당이 자금줄에 타격을 입는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서 담당의 지분 변화 역시 이런 판단이 감지되고 있다. 예컨대 그녀가 출연한 이니스프리 지분이 재단 운영자금 사용 목적으로 처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측은 과거 서경배 회장의 출연 자금 운용 방식에 기인한다. 서 회장은 서경배과학재단이 지난 2016년 8월 설립 이후 사재(3000억원) 및 아모레퍼시픽(9만주)과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 우선주25만주) 주식 등을 출연했다.
그러고 재단은 운영자금 사용 목적으로 수차례에 걸쳐 매도했다. 이 때문에 현재 아모레퍼시픽 지분은 0%, 아모레G 지분은 우선주 기준 1.56%(보통주 포함0.22%)만 남아 있는 상태다. 따라서 서 담당의 출연 지분도 이 같은 방식으로 처분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포인트 셋…경영 승계 후계구도 다지기 돌입(?)
업계 일각에서는 서 담당의 이번 기부 출연을 두고 아모레퍼시픽그룹이 후계구도 다지기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는 서 회장이 올해 60세로 아직 경영권에서 손을 떼기 이른 나이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 회장이 보유한 아모레G 지분은 보통주 기준 52.96%, 우선주 포함 47.14%에 달하고 있다. 반면 서민정 담당의 경우 동생보다 소폭 많은 2.66%(우선주 포함)를 보유 중에 있다. 따라서 승계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계열사 재무개선과 대내외적 명분 확보를 우선 순위로 두고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판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