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권소희 기자] ′한지붕 두가문′ 체제인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 고려아연이 금융투자(IB)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관심은 그리 좋은 것이 아니다. 계열분리가 재점화되고 있다는 관측에서 비롯된 탓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윤범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3세 경영 체제를 맞고 있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 지분이 많지만 경영은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일가가 맡고 있다.
사실 고려아연은 해방 후 현재까지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가 안정적으로 경영을 해왔다. 그런데 왜 계열분리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일까. <팩트UP>에서는 그 이유를 따라가 봤다.
◆ 다시 불붙은 창업주 집안 간 지분경쟁
<팩트UP> 취재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계열분리 재점화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꼽히는 고려아연은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지난 1949년 설립한 이후 3대째 ′한 지붕 두 가족′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3대째 내려오면서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5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며 우호 지분을 확보했고 이에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분싸움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계열분리 재점화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행보에서 시작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현대차그룹 계열사 HMG글로벌 대상 5300억원 유상증자를 의결한 고려아연 임시 이사회에 장 회장은 나홀로 불참했다.
업계에서는 이사회에 장 회장이 불참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복고 있다. 그는 올해 고려아연에 있었던 8번의 이사회에 모두 참여해 ′찬성′ 의견을 던졌다는 이유에서다.
장 회장이 최근 5년여 간 고려아연 이사회에 불참한 것은 지난해 8월 한화그룹 자금유치 건과 이번 현대차그룹 투자유치 건 등 단 두 번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장 회장은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장병희 영풍그룹 창업주의 차남이자 고려아연의 개인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 봉합됐던 ′집안갈등′ 점화 가능성 제기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장 회장은 이번 임시 이사회 소집 통보 단계에서 접한 유상증자 안건에 대해 매우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주도한 이번 거래에 그가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얘기까지 회자되고 있다.
<팩트UP> 취재에 따르면 장 회장이 이처럼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경영권 분쟁에 있어 의결권이 있는 이사회 장악력은 빼놓을 수 없는 키포인트인 지분율이 그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다르면 이번 유상증자 이전 영풍그룹 측이 가지고 있는 지분율이 32.9%인 반면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율은 29.9%였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16%에 한화그룹(8.1%), LG화학(2.0%) 등 우호 주주 지분율을 다 합해도 영풍그룹 측 지분율을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고려아연 지분 5%를 확보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최 회장 측 지분율 33.4%이 처음으로 영풍그룹 측 지분율인 31.3%을 넘어선 것이다.
최 회장이 고려아연을 오랜 기간 경영해 회사의 경쟁을 키워온 만큼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하면 장씨 일가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 만들어진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분석가는 ″장씨 일가 입장에서는 고려아연의 계열분리를 계속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가장 큰 이유로는 고려아연은 그룹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연초 봉합된 양 가문 간 지분경쟁이 이번 투자유치를 계기로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고려아연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8.48%)과 나머지 지분 33.29%를 보유한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들의 동향이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