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UP=권소희 기자] 최근 동원그룹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룹 M&A를 사실상 전면 중단시켰다는 게 소문의 핵심이다.
뿐만 아니다. 동원그룹의 이 같은 행보 이면에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강력한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도 회자되고 있다. 결국 아버지의 입김에 의해 동원그룹의 최대주주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의 행보가 멈춰버렸다는 것이다. <팩트UP>에서는 소문의 진위를 확인했다.
◆야심차게 그룹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선 김남정 부회장
<팩트UP> 취재에 따르면 동원그룹의 M&A 작업이 최근 올스톱됐다. 이는 올 초 M&A 시장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사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동원산업으로 합병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편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이후 올해 들어 적극적인 M&A를 추진했다. 지배구조 개편 이후 야심차게 그룹의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김 부회장이 이처럼 새 먹거리로 M&A 작업을 택한 이유는 본인의 전공에 있다. 그는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그리고 경영 일선에 나서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며 재계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일례로 지난 2012년 알루미늄 포장재업체인 대한은박지 인수, 2013년 산업용 특수필름업체 한진피앤씨 인수, 2014년 포장재 업체 기업 테크팩솔루션 등이 그의 작품이다.
이러한 행보로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했던 김 부회장은 현재 M&A 작업을 잠정 중단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김 명예회장의 강력한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IB업계와 <팩트UP> 취재에 따르면 김 부회장의 행보에 김 명예회장이 제동을 걸었다. 그 배경으로는 올해 들어서 진행됐던 보령바이오파마와 맥도날드 인수가 무산된 배경에는 실무적인 이유도 있지만 김 명예회장의 불편한 심기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실제 올해 초 동원산업은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전에 뛰어들어 지난 2월 단독 실사권을 받았다. 그런데 한 달여 만에 인수를 포기했다.
또 지난 1월 한국맥도날드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실사를 진행하고 가격과 운영방식 등에 대한 실무 협상을 진행했지만 지난 4월 인수 의사를 접었다.
◆아버지의 의견 제시에 곧바로 작업 중단
김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사업들이 연이어 무산되자 김 명예회장은 그에게 '추진하는M&A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곧바로 그룹 M&A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취재 결과 김 부회장이 아버지의 이 한마디에 그룹 M&A 작업을 중단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김 명예회장은 지난 2019년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경영일선에 물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사옥으로 출근하며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다. 김 부회장이 동원산업의 지분 43.15%를 가진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는 아직 아버지인 김 명예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 및 임원 자리를 여전히 김 명예회장의 심복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다.
한편 IB업계에서는 동원그룹이 공식적으로는 M&A 작업을 중단시켰지만 물밑에서 여러 건의 M&A를 검토하고 있으며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활용한 소수 지분 투자는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